모바일 칩의 제왕 퀄컴이 짐 켈러가 이끄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인수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한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카드로 해석되는 이번 딜, 무엇이 걸려 있고 왜 지금인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더인포메이션을 비롯한 복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퀄컴은 AI 칩 설계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인수를 위해 최소 80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현금과 주식을 섞은 방식으로 인수 대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텐스토렌트가 2024년 12월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26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그만큼 퀄컴이 이 회사의 기술과 인력에 강한 프리미엄을 매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협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최종 금액이 조정되거나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설립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반도체 설계 업계의 전설로 꼽히는 짐 켈러가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AMD의 K7·K8 아키텍처, 애플 A 시리즈 프로세서, 테슬라 자율주행 하드웨어 개발을 거친 인물로, 업계에서 손꼽히는 칩 설계 전문가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수로 탑재해 성능은 뛰어나지만 단가가 매우 높고, 학습·추론 전반에 최적화된 범용 구조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GDDR 메모리와 칩 내부 초고속 저장공간(SRAM)을 키우는 역발상으로, 특정 AI 추론 작업에서 비용 대비 효율을 높였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텐스토렌트는 오픈소스 CPU 아키텍처인 RISC-V를 기반으로 설계를 진행합니다. RISC-V는 특정 기업에 로열티를 내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설계도로, 현재 서버·모바일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Arm 아키텍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에 AI 시스템을 공급했고, 현대차그룹·기아·아부다비 인피니아 테크놀로지스·PwC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퀄컴은 오랫동안 스마트폰·PC 칩 매출 비중이 큰 회사였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축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답으로 택한 곳이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한 AI 데이터센터 시장입니다. 이번 인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결정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일련의 반도체 자산 확보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칩 간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며 연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RISC-V 기반 서버용 CPU 설계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데이터센터용 연산 코어 역량을 흡수했습니다.
AI 가속기 기술과 짐 켈러를 비롯한 설계 인재까지 확보하려는 이번 딜이 진행 중입니다.
이 세 건이 모두 성사되면 퀄컴은 가속기(텐스토렌트) · CPU(벤타나) · 연결기술(알파웨이브)로 이어지는 AI 서버 구축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갖추게 됩니다.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완성차 업체에 칩을 공급해온 영업망을 활용하면, 모바일·자동차·데이터센터 칩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풀세트 턴키 영업'도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수설이 흘러나온 이후 퀄컴 주가는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는 곧 예정된 인베스터 데이를 앞두고 커진 기대감이 함께 반영된 결과이기도 해, 딜이 실제로 어떤 조건으로 마무리되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번스타인 등 일부 애널리스트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에 100억 달러는 다소 비싼 밸류에이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퀄컴의 누비아 인수 사례처럼, 락업 기간이 끝난 뒤 핵심 설계 인력이 대거 이탈할 경우 인수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규모 인수 자금 투입이 향후 몇 년간 순이익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재무적 부담이 함께 거론됩니다.
퀄컴이 중국 기업과 진행 중인 맞춤형 AI 칩 협력 관계로 인해, 첨단 AI 실리콘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이번 딜의 활용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아직 최종 합의된 거래가 아니라 진행 중인 협상 단계입니다. 금액과 조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산업 동향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이번 인수 추진은 빅테크들의 AI 칩 스타트업 흡수 경쟁이 정점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는 AI 추론 칩 스타트업 그로크와 20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메타는 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세운 반도체 스타트업 리보스를 인수해 자체 칩 개발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퀄컴이 텐스토렌트를 품게 되면, 추론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맞설 '가성비 대안'이 하나 더 등장하는 셈입니다. 동시에 RISC-V 진영에도 힘이 실리면서, Arm 중심으로 짜여있던 반도체 설계 생태계에 균열을 낼 변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텐스토렌트 인수가 성사되든 무산되든, 퀄컴이 스마트폰을 넘어 데이터센터로 체질을 바꾸려 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이미 뚜렷해졌습니다. 다음 인베스터 데이 발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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