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와 데이터센터 경쟁 뒤편에서, 빅테크들은 조용히 해저에 유리섬유를 깔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노드'라면, 해저 케이블은 그 노드들을 잇는 '엣지'입니다. 엣지 없는 데이터센터는 그저 비싼 창고일 뿐입니다.
95%
해저케이블 처리 트래픽
$13B
25~27년 신규 투자
3,600km
I-2SEA 케이블 길이
2029
완공 예정 (4분기)
발표 2026.07.02 · 로이터참여사 마이크로소프트·Lightstorm 외 4곳
01
왜 케이블 이야기인가 — 노드와 엣지
업계는 그동안 GPU, 전력, 냉각 같은 "눈에 보이는" AI 인프라 경쟁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결국 점(node)일 뿐이고, 이 점들을 잇는 건 해저 케이블이라는 선(edge)입니다. 연 6,5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AI 설비투자도,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업계 관계자들의 표현처럼 "그냥 비싼 창고"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95%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갑니다.
02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행보 — I-2SEA
7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싱가포르 통신 인프라 스타트업 Lightstorm과 손잡고 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3,600km 규모의 신규 해저 케이블 I-2SEA 건설 컨소시엄을 발표했습니다. Tata Communications, Singtel, ASEAN Cableship, NEC 등도 함께 참여합니다. 인도 쪽 상륙 지점인 안드라프라데시주 마칠리파트남은 공교롭게도 메타·알파벳도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로 그 지역입니다. 완공은 2029년 4분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와 별도로 아일랜드-웨일스 구간을 잇는 해저 케이블 3개 건설 계획도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03
다른 빅테크들도 이미 바다에 뛰어들었다
구글
10억 달러 규모 Equiano 케이블(포르투갈-남아공, 15,000km, 144Tbps) 운영 중. 포르투갈-버뮤다-미국을 잇는 Nuvem은 2026년 완공 예정. Curie·Dunant·Grace Hopper 등 자체 케이블 다수 보유.
아마존(AWS)
첫 단독 소유 해저 케이블 'Fastnet' 발표. 미국 메릴랜드-아일랜드 구간, 2028년 가동 목표.
구글은 해저 광케이블을 마치 사무실 임대 계약 다루듯 지속적으로 확보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 소유 케이블 확보에 나서면서, 클라우드 백본 자체를 자산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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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폭발적으로 늘었나
시장조사업체 TeleGeography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약 130억 달러로, 직전 3년(2022~2024)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AI 학습에는 컴퓨팅 클러스터 사이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셋을 빠르게 주고받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위성으로는 이 정도 용량과 지연시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도만 해도 현재 1.4GW 수준인 데이터센터 용량이, 계획된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2030년까지 약 7GW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05
정작 부족한 건 배(船)다
해저 케이블은 일반 선박으로는 깔 수 없습니다. 수천 톤의 광케이블을 싣고 바다 밑에 정밀하게 부설할 수 있는 전용 케이블 부설선이 필요한데, 전 세계에 이런 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지금 전부 예약이 꽉 차 있습니다.
GPU 품귀, 전력 부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병목이지만, "케이블을 깔 배가 없다"는 이 물리적 제약은 상대적으로 훨씬 덜 알려져 있습니다. AI 인프라 붐이 결국 조선업과 해양 엔지니어링이라는, 전혀 다른 산업의 생산능력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TAKEAWAY
GPU 전쟁의 승자는 바닷속 배선도에서 갈릴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GPU, 전력은 AI 인프라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들이지만, 이들을 실제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네트워크로 만드는 건 결국 바다 밑 유리섬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이 컨소시엄을 넘어 단독 소유 케이블까지 확보하려는 건, 클라우드 백본이 더 이상 통신사에 맡길 수 있는 부수적 인프라가 아니라 AI 경쟁의 전략 자산이 됐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진짜 병목은 GPU가 아니라,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깔 수 있는 배가 몇 척 남았는가일지도 모릅니다.